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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서문에 언급된 질문에 대한 생각
by 페르시카 오언  작성 2021/10/11 15:27   조회 220

10월호 서문에서 편집장님께서 언급하신 질문, 그러니까 '사회가 허용하는 선은 어디까지인지, 그 선에 동의하는지, 대중 검열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사회가 허용하는 선'은 적어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다름아닌 궁예가 쓰던 '관심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건전한 성풍속과 가정의 안녕을 위해서'건, 아니면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닌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위해서건, 어떤 명분으로든 그런 '관심법'에 걸려드는 순간 철퇴가 날아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싶어요. 당연하지만 그런 관심법은 의도와 목적을 가리지 않고 순전히 그 높으신 분들의 심기에 따라서 아무렇게나 시전됩니다.

이쪽저쪽에서 맥심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자들 역시 하나같이 그런 관심법을 쓰고 있습니다. 맥심이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서 화보와 지면을 구성하고 기획해 내놓았는지에 상관없이, 자기네들의 관심법으로 보니까 저 잡지 속에는 마구니가 가득하다는 거예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관심법을 시전해 기침소리를 낸 신하나 웃음소리를 낸 여인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인 궁예처럼, 그런 자들 역시 자기네들의 관심법으로 원님재판을 벌이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화 검열과 탄압의 현주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에 그 원님재판이 전제군주나 독재자와 같은 권력자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이런저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 진을 치고 앉아 있는 불특정 다수 대중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지요.

당연하지만 그런 선은 인간의 성적·문화적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함과 인류 사회의 문화가 발전함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거부해야 하고,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 선 앞에서 애써 눈치를 보며 해명을 시도하거나 아니면 꼬리를 내려서는 안 돼요. 지금 관심법을 휘두르는 '디지털 궁예'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렇게 해서 맥심과 같은 자유로운 문화 표현에 족쇄를 채우고 재갈을 물렸다는 걸, 그런 문화 표현에다가 비도덕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했다는 걸 하나의 업적이자 성과로서 내세워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이어나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궁예가 관심법을 통해 자신의 절대왕권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디지털 궁예들의 온갖 음해와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큰 소리로 문화해방, 섹스해방을 노래하는 맥심을 제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무자비한 학살을 일삼던 궁예의 최후가 왕건에게 쫓겨나 백성들에게 맞아죽는 것이었듯이(드라마가 아닌 실제 역사에서 말입니다), 지금 맥심을 비롯해 온갖 문화적 억압과 금기에 도전하는 매체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자들 역시 나중에는 '어휴 저런 미개한 인간들도 있었단 말이야?'라고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맥심을 향해 무수히 많은 비난과 음해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지만, 결국 역사는 맥심의 편입니다. 저는 맥심이 더욱 열심히 그런 억압과 금기의 장벽을 때려서 균열을 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맥심 사장 2021/10/14 14:41
이 분을 어서 회사로 모셔오라!
편집장, 그 동안 수고했어요
내말이그말 2021/10/14 15:10
배우신 분
칼럼니스트 삼도 2021/10/15 17:33
멋진 장문의 응원 감사합니다. 하버드의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자 스티픈 핑커의 단문을 답글로 드립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를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갑죠.

“모순적으로 들리는 말이지만 실제로 우리의 도덕주의적 충동이 때로 더 큰 폭력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 기반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때로 우리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틀렸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천사들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상상할 수 있을 뿐, 천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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