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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남한산성'은 화려하고 요란한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 위한 영화" [인터뷰]

2017/10/12 10:32
조회:6428

사진-CJ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그린다. 청이란 태풍 앞에 놓인 조선의 조정에서는 두 충신이 날 선 대화를 이어간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의 물러서지 않는 설전은 팽팽한 김장감을 만든다.

"전하, 지금 칸에게 문서를 보내시면 칸은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하라 요구할 것이옵니다. 죽음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대, 하필 적의 아가리 속이겠습니까"(김상헌)

"죽음은 견딜 수 없사오나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삶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 옵니까"(최명길)


처절하지만 격조 있는 '혀들의 전쟁'. 최명길은 시종일관 격한 감정을 뿜어내는 김상헌과 달리 이성적 인간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병헌은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절절히 끓는 비통함과 참담함을 전한다.

'영화 '남한산성'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결정할 때는 이 작품이 나에게 울림을 줬는지 안 줬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남한산성'은 큰 울림을 준 작품이죠. 우선 역사를 고증한 것임에도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됐어요. 그리고 보통 특정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데 이 시나리오는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 여러 번 바뀌는 것도 매력적이었죠. 매력이자 문제점일 수 있지만요. 상헌과 명길의 이야기가 다 맞고 결국 누가 옳은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둘 다 너무 옳고 다르지만 결정하기 어려워서 더 슬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한산성'은 멀티캐스팅 작품입니다. 김윤석, 박해일, 고수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작품을 고를 때 배우들의 조합을 보게 되거든요. 처음 호흡을 맞추고, 나와 과연 어떤 케미스트리가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있었죠. 그런 것들이 뒤섞인 묘한 흥분이 있었어요.

김윤석 씨와의 연기 대립은 '남한산성'의 백미입니다. 김윤석 씨와 주고받는 대사 한마디가 어떤 액션보다 치열한데요.

김윤석 씨의 전작을 봤을 때 불같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굉장히 불같은 배우였어요. 촬영 외적으로는 농담도 잘하고 말도 많이 하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라 의외였죠. 조정에서 설전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리허설을 하지 않았어요. 테이크가 엄청 길거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장면은 리허설을 오래 하지 않거든요. 너무 공들여서 하면 에너지를 다 소모해서 실제 촬영할 때는 체력이 달리거나 감이 떨어지니까요. 김윤석 씨는 오로지 감정 하나만 가지고 뜨겁게 토해내는 배우라고 생각했죠. 옆에서 보고 놀랐어요.

그렇다면 본인은 어땠나요?

저는 대사를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중간에 막히더라도 '한 번 해보자' 하는 스타일인데, 김윤석 씨와는 뭔가 달랐던 느낌이었죠. 그렇기에 설전 장면이 막연히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읽었을 때도 이 장면이 정점을 치닫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연기하면서 두 배우의 색깔이 다르니까 관객들 또한 이 재미를 느낄 것 같아요.

언론시사회에서 '탁구 같다'고 비유한 것도 그 때문이었나요?

맞아요. 예를 들면, 어떤 장면에서 놀라게 하면 거기에 맞춰 즉각적으로 놀라듯, 그 촬영하는 순간의 호흡에 맞춰 반응했어요. 상대방의 호흡을 리허설 몇 번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돼요. 그래서 자신이 연기를 준비해온 인물을 즉각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견고하게 만들어오면 안 돼요. 견고하게 만들어오면 수정이 필요할 때 수정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유연하게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대방에 따라 맞춰가는 게 가장 좋죠.
사진-CJ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요?

워낙 좋은 대사가 많아요. 뒤풀이에서도 그렇고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상헌은 충신이니 버리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만고의 역적입니다' 같은 것인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다른 대사가 다가왔어요. 칸에게 '저희 백성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명길의 키포인트였고, 그래서 저에게는 울림이 더 컸죠.

주로 말로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사량이 엄청난데요.

초반 시나리오를 보고 리딩을 했을 때부터 힘든 어휘도 많고 생경한 단어도 많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긴장했던 것 같아요. 다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는지 외우는 게 특별히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김윤석과 절정으로 치닫는 싸움을 하는 신은 길기도 하지만 워낙 중요한 신이라 모두 긴장한 상태로 준비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신을 찍을 땐 모두가 제대로 긴장하고 날이 제대로 선 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도 두 충신의 의견 중 어떤 게 옳은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땠나요?

두 가지 상반된 논리와 소신이 있는 두 명의 충신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쪽이든 치우치는 게 보통인데, '남한산성'은 감히 어느 편에 서서 그의 손을 들 수가 없었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누구의 편을 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왕의 입장에선 특정 누군가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최명길과 김상헌 둘 다 옳은 이야기를 하거든요. 둘 다 맞는 이야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서로 말하는 이야기가 달라 감히 선택을 못 하는 그 상황이 굉장히 슬펐죠.  

보통은 자신이 맡은 역에 대해 더 공감하지 않나요?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누구에게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정 이입이 없었다는 게 처음 하는 경험이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이 시나리오는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영화라는 게 누구에게 이입돼서 선과 악이 있고 그걸 응징해나가는 재미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쭉 보는 게 영화의 힘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이 사람 이야기 들을 때는 저 사람에게 감정 이입이 되다가 저 사람 이야기 들으면 저 사람에게 확 이입돼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보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김윤석 씨가 연기한 상헌 캐릭터도 탐났을 것 같아요. 서로 역을 바꿔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상헌을 연기하라고 했어도 연기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고선 소신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둘 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방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명길을 하기로 하고 나서 한창 촬영하고 영화인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어요. 거기서 '나는 네가 상헌을 할 줄 알았다' 하는 분이 있더라고요. 또 영화사에선 '명길을 해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이러니까. '뭐야 상헌을 할 걸 그랬나. 명길이 약간 안 좋은 역할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죠. 하하
사진-CJ

'남한산성'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이지만 기존 영화의 흥행코드를 답습하지는 않습니다. 영웅의 서사도 없고 승리의 카타르시스도 없죠.

흥행 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저는 이쪽이 좋았어요. 그동안 승리의 역사를 그리거나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줬던 영화들이 많았죠. 어쩌면 화려하고 요란했던 상업영화에 지친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리고 이런 묵직한 슬픔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죠. 여러모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불만을 갖고 계시던 관객 입장에서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선택을 한 감독님과 제작사가 용감하다고 생각했죠. 흥행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우리만의 호흡으로 만들어갔던 게 좋았어요.

할리우드영화를 하고 '내부자들' 이후 '마스터' 같은 큰 작품을 하는가 하면 '싱글라이더' 같은 작은 영화에도 출연했죠.

규모 흥행성 등은 영화 생각할 때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제작자거나 감독이라면 그런 데 구애받겠지만 저는 이야기에 매료되는지를 보는 배우니까요. '흥행영화다' '큰 영화다'라는 걸 선을 긋고 따지지는 않아요. 예술영화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간절하죠. 하지만 그것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믿고 보는 배우로 평가받는 것에는 어떤 생각인가요.

너무 고맙고 감사한 동시에 내가 이런 말을 듣고 의식하면서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걸 의식한다며 '싱글라이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데서 늘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거니까요. 다만 내 팬들이 내 작품을 두고 '다 흥행에 성공했으니 다 봐도 돼'라고 하는 것보다는 '필모가 다양하니 골라보면 돼' 이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더욱 '열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요즘 우리 영화가 가진 힘이 눈에 보이고 느껴져요. 그 작품들을 다른 나라에서 좋아하고 챙겨보는 걸 보면 어쩌면 지금이 내가 예전 부러워하던 그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시나리오를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되게 많아요. 내가 지금 그 시대를 살면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내 마음이 가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체력이 될 때 하자'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또 몸이 두 개가 아니니까. 어느 정도 쉬는 시간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MAXIM 장소윤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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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이병헌,김윤석,박해일,고수,영화,배우,개봉,감독,연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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