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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설경구라는 이름보다 김병수로 남고 싶다" [인터뷰]

2017/10/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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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얼굴엔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난다. 여러 삶의 형태를 얼굴에 담는 배우는 더 그렇다. 올해 쉰 살인 배우 설경구는 그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

그가 이번엔 치매 걸린 살인자, 김병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다. 영화 첫 장면부터 그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바짝 말라 앙상한 얼굴 위에 검버섯이 피었다. 빗질 한 번 안 한 듯한 머리도 시선을 끈다. 병수의 눈빛은 살기를 내뿜다가도 사라진 그의 기억처럼 생기를 잃기도 한다.

영화 '박하사탕'의 영호, '오아시스'의 홍종두, '공공의 적' 강철중 등 배우 설경구는 배우보다 캐릭터가 남는 연기를 해왔다. 특히 강철중은 더 그렇다. 설경구는 '공공의 적' 이후 오랫동안 강철중을 변주해가며 연기해왔다. 더는 새로운 얼굴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그가 나의 예상을 비웃듯 이번엔 강철중도, 변주된 강철중도 아닌 전혀 다른 질감의 인물로 나타났다.

'살인자의 기억법'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신연 감독님의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관심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읽자마자 소설책도 읽었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니까 방해가 될까 봐 안 읽으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사진-쇼박스

분장한 모습이 인상 깊다. 분장한 모습을 보니 어떤 기분이었나.

그런 모습으로 늙고 싶지 않다. 하하. 일단 기름기가 빠져야 하는 게 맞아서 웨이트를 전혀 안 하고 땀만 뺐다. 테스트 촬영했는데 확실히 늙은 것 같다고 해서 머리 가발하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외모에도 변화를 줄 텐데, 배우로서 그 부분이 어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할 것 같다.

뭔가를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미치겠다. 그런데 몸은 정직해서 그대로 나타난다. 안 그러면 못한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설현이가 오면 분위기가 좋아졌다. 남길이는 워낙 유쾌하고 장난치는 분위기라 좋았다. 내 분량이 많다 보니 나만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럼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감독님도 고민이 많았고 농담할 현장은 아니었다.
사진-쇼박스

가장 고민이었던 건 어떤 부분이었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가 고민이었다. 이 사람이 치매가 아니어도 편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늘어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수위를 조절하기 어려웠다. 내 나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서 어려웠던 것 같다. 일상적으로 접근할 캐릭터는 아니었다. 소설과 다르게 뭔가 더 선명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치매에 걸린 연쇄 살인마 캐릭터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다. 그래서 시나리오 받으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날 법한 작품인 것 같다.

초반에 좋은 작품으로 달렸고 지친 부분도 사실 있었고 유혹이 오기도 했고 쉽게 가기도 했다. 그게 거의 10년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잘 내려오고 싶은데, 언젠가부터 그냥 훅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던 찰나에 와줬던 작품이라 감사하다.

원신연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설경구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건 나랑 해서 그런 거 아닐까? 뒷조사하면 다 나올 텐데. 하하. 그런데 나한테 제일 처음 시나리오를 준 건 맞는 거 같다. 이제는 다른 배우한테 갔다 온 건지, 나한테 처음 온 건지 느낌으로 딱 안다.

하지만 병수란 캐릭터는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잘하면 극찬받을 수 있지만, 못 하면 리스크가 큰 캐릭터인데. 부담은 없었나?

모험이었다. 잘못하면 영화를 망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첫 장면 찍을 때 스트레스가 심했다. 첫 장면에서부터 안 받아들여지면 영화가 끝까지 갈 수 없으니까.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직전까지 스스로 쥐어 짜냈다. 주변에서 살 그만 빼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 첫 얼굴이 중요했다. 진짜 두려웠다.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끝날 때까지 웅크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봤다. 내 영화 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진-쇼바긋

영화 속 병수와 소설 속 병수는 많이 다르더라.

영화는 소설보다 더 친절해졌고 온기도 줬다. 영화 속 병수는 엉뚱하고 궁금한 게 많다.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보통 사람하고 코드가 다른 사람. 감정도 뒤늦게 온다. 남들 웃을 때 웃지 않고, 한발 늦게 웃음이 터지는데 그걸 괴기한 게 아니라 경쾌하다고 받아들였다.

영화 속 병수는 귀여운 구석이 있다. 젊은 연쇄살인자가 나타나자 근육 단련을 하지 않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악력으로 사과를 부수려고 하는 무모한 도전도 하고. 이것도 경쾌한 느낌을 살리려고 한 부분인가?

전체적으로는 소설의 습한 느낌을 가져오되 좀 더 구체적이고 덜 어둡게 그리고 싶었다. 영화 속 병수는 심각한데 관객은 웃을 수 있는 상황들이 그런 예시일 거다. 강철중 때도 그랬다. 본인은 심각한데 그럴수록 유머가 발생하는. 그런 상황들을 깔아주는 게 연출의 힘인 것 같다.

병수는 매 순간 자신의 기억과 싸워야 했다. 본인은 무엇과 싸웠나?


촬영 내내 잠을 거의 못 잤다. 새벽 2~3시에 일어나서 줄넘기하고 현장에 나갔다. 밤새 내일 찍을 장면을 고민했는데, 촬영장에 가면 무슨 고민을 했는지 모르겠더라. '감독님, 어떻게 해야 해요?''일단 해볼게요' 그랬던 것 같다. 답이 없는 인물이라, 어떤 사람인지 끝까지 모른 채 마친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답 없이 연기가 가능한가?

병수는 '불한당'의 재호처럼 명확한 인물은 아니다. 병수는 설명을 잘  못 하겠더라. 그냥 원래 잘 모르겠는 인물이구나 생각했다. 병수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오히려 이 인물의 감정이 명확하게 잡히면 이상할 것 같더라.

병수에게 어떤 마음인가.

불쌍하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이니까. 걱정도 된다. 결말을 열어 놓고 끝내느라 편집됐지만 마지막에 치료 감호소에서 퇴원하는 장면을 찍었다. 멍하게 TV 뉴스를 보면서 단추 여미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장면. 아, 정말 큰일 났다. 이제 기억은 없고 살인의 습관만 있을 텐데. 정말 은희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병수를 만나고 얻은 게 있다면?

요새 인터뷰할 때마다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동안 되게 단순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살인자의 기억법' 부터는 얼굴을 만드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그 삶이 얼굴에 다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얼굴에 관심을 두게 된 건가.

내 말이 그 말이다. 얼굴에는 과거도 나오고 현재도 나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면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어떻게 살았는지 대충 보인다.

'불한당' 이후로 인기가 다시금 치솟았다.

팬카페가 3만 명이었다가 다들 떨어져 나갔었는데 칸 다녀오고 나서 갑자기 소식이 들리면서 그런 문화가 생겼는데 화력이 어마어마하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는 은퇴라는 게 없다. 2~3년 전쯤에 선생님들이 배우들을 불러서 식사하셨는데 어른들이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 이야기를 하시는데 늙지 않으셨더라. 그런 걸 보면서 '저게 배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새로운 걸 찾아서 해야겠다. 기회가 오면 감사하고 새로운 걸 추구하고 눈이 늙지 않고 싶다. 새로운 걸 하겠다는 집념이 눈을 늙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요즘 톱스타 여럿을 내세운 멀티 캐스팅 영화가 유행인 것 같다. 그런 영화가 흥행 보장도 될 거고. 그런 영화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멀티 캐스팅 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 배우끼리 부딪쳐야 하는 영화보다 스스로 치열해야 하는 영화가 좋다. 차기작에서는 감독이 집에도 가지 말고 외로워지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외로운 척하는 게 아니고 진짜 외로운 상태에서 찍으면 뭐가 나올까 궁금하다. 건조해질까, 처절해질까?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인가?

해보는 거다.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노력해도 그 노력이 100% 결과로 나오는 직업은 아니다. 관객이 거부할 수 있다. 요새 들어서 '오아시스' 때가 자주 생각난다. 어떤 장면을 찍고 나서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된 것 같아. 이대로 편집해서 내보내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둘은 속이지 말자' 대화가 더 이어지진 않았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그래서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으니까.

맞다. 얼렁뚱땅 넘어간 부분도 있을 거고, 속일 수도 있는 건데, 감독님이 그 얘기를 하니까 명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내 몸 상태를 처음처럼 만들고 싶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나.

캐릭터가 남는 영화를 하고 싶다. 흥미로운 얼굴을 발견해나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사실 내가 캐릭터가 없는 배우는 아니다. '박하사탕'의 김영호, '공공의 적'의 강철중, '오아시스'의 홍종두가 그렇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은 영화 속 내 캐릭터가 없어졌다. 어느 순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설경구라는 이름보다 김병수, 한재호처럼 캐릭터로 남고 싶다. 배우니까.

사진 쇼박스 제공




MAXIM 장소윤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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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살인자의기억법,영화,개봉,배우,감독,김남길,설경구,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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