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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군함도' 제작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인터뷰]

2017/8/12 2:10
조회:3124

사진-CJ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류승완 감독이 이제는 '뉴라이트가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220억 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다룬 '군함도'는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개봉 직후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제의 만행을 알리기보다 조선인들 사이의 내부 분열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고, 2700여 개의 상영관 중 2000개의 상영관을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그동안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적극 어필해왔던 류승완 감독이기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셌다. 논란의 중심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군함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군함도가 어떤 곳이며,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됐습니다.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저 역시 '군함도'에 대해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다룬 영화, 강제로 일본군에 끌려간 걸 다룬 건 꽤 있었는데 강제징용을 다룬 건 없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신경 쓰며 작업한 부분이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소리도 잘 안 지른다는 거였어요. 발가벗고 군사훈련 받는데 그냥 보기만 하죠. 그들 입장에서 조선인은 가축인겁니다.

취재하며 충격을 받은 게 있어요. 군함도 탄광사고 났을 때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근처 작업장 사람들을 매몰시킨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거든요. 나가사키 쪽 대규모 공습도 사실이고요. 군함도는 일종의 그 시대의 상징이죠. 역사적 사실이 아니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캐릭터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일본에 부역했던 사람들, 사람 취급 못 받은 이들 사이에 존재한 폭력과 임금착취 등 피의 역사에 대해 말이에요.

우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를 안 게 언제인가요. 1990년대에 김학순 할머니가 고백해서 알려졌죠. 그럼 그 45년 동안 위안부 할머님들은 사라졌던 건가요? 하지만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들은 쉬쉬했고 피해 본 분들은 죄진 것도 아닌데 숨기고 사셔야 했고.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충격적 실체를 알게 됐고, 할머니들이 용기 내셔서 우리가 알게 된 거잖아요. 이 영화로 그 시대를 다룬다는 건 단순히 특정한 사건만 갖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걸 힘닿는 데까지 묘사해야 한다는 의미에요. 그게 이 소재를 택한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나, 꽃길을 걸을 줄 알았던 영화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습니다.

캐스팅할 때 연출자로서 사실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인 배우를 섭외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일본인 배우들한테는 캐스팅 전달이 아예 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인 배우를 캐스팅한 거였고요. 하하. 아마 일본 우익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도 어려웠던 것 아닐까요? 저도 우리 영화가 처음부터 꽃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결말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그린 영화인데 '탈출 대서사극'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인데요.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강제징용자의 증언을 보면, 그들이 원했던 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더라고요. '먹을 것을 더 달라' '잠자리가 마른 자리였으면 좋겠다' '작업할 때 허리를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도 안되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는 거죠. 이분들의 바람은 '살아서 집으로 가고 싶다' 이 생각뿐이었을 거예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들을 방벽 너머 바다로 나가 조선땅으로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아니면 '군함도'를 찍은 이유를 못 찾겠더군요. 그래서 영화에서나마 조선인들을 '군함도'라는 감옥에서 탈출시키고 싶었어요.

감독님은 조선인과 일본인, 가해자와 피해자로 접근하는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소신이었겠지만, 대중은 조선인 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일본의 악랄함을 보고싶었겠다는 생각입니다.

'군함도'를 본 많은 분이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친일파'를 다뤘다는 거예요. 하지만 관객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편하게 전달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할 수 있는 지적이죠. 극중 민족지도자 윤학철(이경영 분)이 반전 코드라서 친일파, 변절자를 다루고 있다는 건 개봉 전까지 일부러 가렸어요. 반전있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이 부분을 가렸던 건데 미리 스포일러를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하하. 저는 친일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는 일제강점기를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있는 군함도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었죠.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 이 부분에 의견을 낼 수는 없었나요?

의견을 내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일본 관방장관 이슈가 있었잖아요. 처음 스크린이 잡혔을 때 당일 아침에 제작사 대표와 함께 너무 놀랐어요.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요. 근데 이미 스크린이 나와 버렸고, 개봉 직후 일정이 막 잡혀 있었는데 그 관방장관이 '군함도'는 사실을 다룬 게 아닌 창작의 산물이라고 말을 했어요. 저한테는 독과점 논란보다는 일본이 꼬투리를 잡는 상황이 더 커보였어요. 독과점 문제는 언론 인터뷰가 이미 잡혀있으니 그때 제 입장을 정확히 밝히려 했어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비판하는 게 맞아요. 그 비판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난 감독이니 배급과 아무 상관없다 말하는 건 비겁한 태도고요.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정리해서 설명하면 제 입장을 그때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잘못된 건 잘못했다고 얘기해야죠.

나치를 다룬 2차 대전 영화들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친 나치, 반 나치가 있듯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인도 있다는 게 사실이죠. 

지금 논쟁이 건강한 방향은 아닌 것 같지만 논쟁이 없는 게 이상한 거죠. 솔직히 일제강점기를 다룰 쉬운 방식이 있잖아요. 관객을 어떻게 들끓게 하는지 말이죠. 근데 그거야말로 선동이죠. 일제강점기를 다룰 때 친일문제를 빼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베를린' 촬영 때 흥미로웠던 사실이 있어요. 독일의 어떤 공공장소에선 나치를 언급하면 벌금이더라고요? 여전히 거기엔 나치를 색출하고 법정에 세우는 상설기구가 있어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도 있는데 그걸 만든 곳이 당시 독가스 제조회사더라고요.

군함도 탄광사업으로 이익을 취한 일본 사기업이 있죠. 대표적으로 미쓰비시. 지금은 자기네 구조가 바뀌어서 보상 의무가 없다는데 이게 모두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아서에요. 2차 대전을 다룬 여러 영화 '나바론 요새' 등을 두고 정부 차원에서 히틀러가 저렇게 죽은 게 아니라고 비난하진 않잖아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제 인터뷰 발언을 왜곡해 전달했어요. 친일 문제를 다룬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해요. 반민특위 때 청산됐어야 하는데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계속 문제제기 해야 하고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군함도를 알리는 데는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 중 군함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2015년에 일본 정부가 군함도에서 자행된 강제징용과 학대를 전면 부인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했어요. 일본은 유네스코에서 지시한 군함도의 상제징용 등 각 시설의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죠. 감독으로서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군함도의 숨을 역사를 알렸다는 데에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친일'은 무엇인가, 식민 통치의 아픔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군함도'같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요.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MAXIM 장소윤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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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군함도,영화,류승완,감독,배우,송중기,소지섭,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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