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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계속된다, 이승엽

2016/12/02 19:07
조회:7960

사진-삼성라이온즈
어려웠던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고,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지닌 야구 경기 최고의 이벤트, 홈런. 이런 특별함이 있기에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불린다. 오죽하면 ‘타격왕은 포드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말이있겠는가. 홈런을 잘 치는 선수가 최고 인기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리고 여기, 홈런의 대명사로 불리는 선수가 있다. 1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는 홈런의 대명사였다. 한국 나이로 마흔한 살의 노장, 올해로 프로 데뷔 22시즌째를 맞은 ‘라이온 킹’ 이승엽 얘기다. 지난 9월 14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이승엽은 팀이 1 대 0으로 앞선 2회 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개인 통산 600호 홈런. 야구 100년 역사의 미국과 일본을 통틀어도 몇 없는 대기록 보유자가 한국야구에 처음으로 등장한 순간이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600호 홈런이 더욱 가치를 지니는 것은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를 거치며 만들어낸 기록이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인 1995년 5월 2일 광주(무등구장) 해태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한 이승엽은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14시즌을 뛰며 443개의 아치를 그렸다.

8시즌(2004~2011년) 동안 활약한 일본(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에서는 홈런 159개를 치며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국가대표 홈런 타자’의 명성을 증명했다.

*개인 통산  600 홈런을 기록한 이는 미국 (8) 과 일본 (2) 을 합쳐 10 명 뿐이다. 이승엽은 이 기록의 세계  11 번째 보유자가 됐다.

단순히 통산 홈런 개수만 조명할 게 아니다. 이승엽은 단일 시즌의 폭발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1999년 54홈런을 터뜨리며 종전 장종훈의 단일 시즌 최다홈런(41개)을 갈아치웠고, 2003년에는 아시아 신기록인 56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 기록은 2013시즌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60홈런을 기록하며 깨졌지만, 여전히 KBO리그에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제구력 뛰어난 투수가 즐비한 일본에서도 이승엽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그는 일본에서도 3시즌 연속(2005~2007년) 30개 이상의 홈런포를 날리며 기량을 입증했다. 특히 요미우리로 이적한 첫해에는 41홈런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홈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5년 지바 롯데 시절엔 117경기만 출장하고도 30홈런을 기록해 ‘역시 이승엽’이란 평가를 받았다. 개인 통산 400호 홈런 역시 일본에서 나왔는데, 당시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알렉스 로드리게스, 오 사다하루(왕정치)에 이어 세계 3번째로 20대의 나이에 개인 통산 400홈런을터뜨린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그 기록 위에 홈런 200개를 더한 이승엽은 살아 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영원한 국민 타자

이승엽의 가장 유명한 별명은 ‘국민 타자’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국민’이란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이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가 프로에서만 잘하는 선수였다면 ‘최고의 타자’라고 불리지 국민 타자로 불리지 못했을 터. 하지만 이승엽은 국가대표 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변함없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국민 타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전에서 터뜨린 결승 2점 홈런은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했다.올림픽 당시 끝없는 타격 부진에 허덕이며 마음고생에 시달린 그는 일본전 승리 직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선수의 홈런 하나에 국민이 울고 웃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우리 야구계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어린 후배들과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실력까지 유지하고 있으니, 이승엽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 2017년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국민 타자의 위엄이다.

이승엽은 183cm에 87kg으로 ‘홈런 타자’치곤 다소 체구가 작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즈(보스턴·193cm, 113.4kg)처럼 한눈에 봐도 무시무시한 장타를 뻥뻥 날리게 생긴 거구에 비하면 슬림(?)한 몸매다. 하지만 그는 신체 조건의 부족함을 성실함과 노력으로 메웠다. 남이 다 은퇴할 나이에 초인적 자기 관리와 절제로 몸 상태를 유지하고, 타고난 배트 스피드와 손목 힘을 십분 활용해 여전한 홈런 생산력을 자랑하고 있다. 얼마 끝 난 2016년 시즌에도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3(542타수 164안타), 27홈런, 118타점, 91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다른 선수의 전성기급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만료되는 2017시즌까지 뛰고 은퇴할 것이라고 선언한 그에게 “1년만 더”를 외치는 팬들의 바람도 그 연장선에 있다. 슈퍼스타의 품격 이승엽이 팬과 동료 선수, 언론의 인정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슈퍼스타임에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예의를 갖추기 때문이다. ‘내가 최고’ 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늘 취재진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추신수(텍사스) 등 일부 몰지각한 선수와는 인품부터 다르다. 이승엽은 ‘팀 퍼스트’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선수다. 홈런 기록을 세웠을 때도 본인의 업적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한다. 2014년 7월 24일 부산 롯데전에서 이승엽이 무려 5안타(2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을 때의 일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한 경기 홈런 2개를 쳐낸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지금까지 배트를 너무 눕혀서 친 것 같아 조금 세우는 느낌으로 쳤다. 커브를 받아쳐 만들어낸 2루타가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수를 어찌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10월 5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홈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은 다시 한 번 팀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KBO 개인 통산 2,000안타와 한일 통산 600홈런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운 시즌이었지만 그는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올 시즌을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될 것 같아 선수단 선임이자 팀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가벼운 마음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소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선수단의 목표이자 팬들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하던 이승엽이기에 이날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의 울림은 컸다. 

본인이 세운 엄청난 기록에 대해서는 “프로선수로서 연봉을 받고 야구를 하는데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과할 만큼 질타와 비난을 받는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팬들께서도 이 점을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는 말로 동료와 후배를 챙긴 이승엽.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내년 시즌에는 또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어떤 놀라운 기록을 작성할지 지켜보는 자체로 야구 팬들에겐 큰 행복이 되리라 확신한다. ‘라이온 킹’ 이승엽의 군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 스포츠 동아 강산 기자

MAXIM 정리 장소윤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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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야구,선수,이승엽,삼성라이온즈,타자,투수,포수,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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